요즘 새로 바뀐 도로교통법 때문에 시끌시끌합니다. 자동차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그리고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등이 포함된 개정안이 시행되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두 가지 추가된 내용에 대한 반응을 보면 좀 다른 분위기가 읽힙니다. 둘 다 탑승자의 안전을 위한 것인데 왜 반응은 차이를 보이는 걸까요?


자동차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대체로 수용

우선 분위기를 보니 자동차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는 대체로 수용하는 쪽입니다. 안전띠가 탑승자 안전에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국민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독일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99%, 도시에서는 96~97% 수준이라고 합니다.

옛날 일입니다만 독일에서 독일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뒷좌석 안전띠에 대해 저 역시 인식이 흐릿할 때였죠. 그런데 운전자가 당장 안전띠를 하지 않으면 출발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치는 것을 염려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안전띠를 하지 않았다가 단속이 되거나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이 운전자에게 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가끔씩 들어와 택시를 타게 되면 안전띠를 하는 제가 오히려 이상한 승객 취급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이제는 그렇게 눈치(?) 안 보고 안전띠를 할 수 있으니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택시나 버스 등을 이용할 때 만 6세 이하의 어린이가 동반할 때는 반드시 영유아용 카시트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버스나 택시에서?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걸까요? 결국 경찰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단속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는 보도들이 이어졌습니다. 당연한 조치라 생각합니다. 이로써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는 빠르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것입니다.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 말이죠.


자전거 헬멧 의무화 현황

우선 자전거를 이용할 때 헬멧을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한 나라는 대한민국, 호주, 뉴질랜드, 핀란드, 아르헨티나 정도입니다. 연령과 지역 상관없이 무조건 착용해야 하죠. 이중 핀란드는 벌금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밖에 미국은 1개 주를 제외하고는 성인들의 헬멧 의무화 규정이 없고, 캐나다 역시 여러 주가 실시하다 현재는 역시 1개 주만 이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전거 천국이라 불리는 유럽은 어떨까요? 앞서 밝힌 핀란드, 그리고 도시를 벗어났을 때 헬멧을 의무 착용하게 한 스페인 정도를 제외하면 헬멧 의무 규정을 둔 나라는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대체로 미성년자만 해당이 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헬멧 착용을 우리처럼 강제하지 않는 걸까요?


자전거 활성화에 따른 이익 vs 헬멧 의무 착용에 따른 이익

독일인들은 자동차보다 자전거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기사에 댓글도 훨씬 많이 달리고 반응 또한 늘 뜨겁죠. 이미 이야기한 바 있지만 자전거 7천만 대가 다닌다는 독일은 헬멧 의무화 문제를 70년대부터 다뤘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의무화에는 반대입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독일 최대 자전거 단체인 ADFC는 헬멧 의무화 반대의 가장 큰 이유로 ‘이용자 감소’를 꼽았습니다.

 

생활형 자전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만약 의무화를 하게 되면 자전거 이용률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호주는 계속해서 자전거 이용자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세계 곳곳에서 실시 중이죠. 그런데 의무화는 헬멧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 혹은 남이 쓰던 헬멧을 써야 한다는 불쾌감 등의 문제로 이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멕시코는 자전거 공유 활성화를 위해 헬멧 의무화를 폐지했다는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접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성인의 10~20% 정도만 헬멧을 착용 / 사진=ADFC

자전거 이용자가 줄게 되면 대중교통 혹은 자동차 이용자 수가 늘 수밖에 없겠죠. 그렇게 되면 자전거 이용을 통한 국민 건강 증대, 친환경적인 자전거 감소로 인한 배기가스 증가, 그리고 이에 따른 건강 위협 및 교통량 증가에 따른 경제적 손실 등, 여러 마이너스 요인들이 있습니다.

 

또한 자전거 이용자가 줄어들게 되면 역설적으로 남은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 의식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독일 비영리재단과 영국 언론 등, 여러 곳에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헬멧을 의무 장착하게 되면 얻게 되는 건 뭘까요? 자전거 이용자의 큰 부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따라서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했을 때 얻게 되는 것과 그렇지 않았을 때 얻게 되는 것들 중 어느 것이 더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정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뒤에 결정했어도 늦지 않았을 겁니다.


헬멧 의무화, 혹시 뭐 있은 건 없나?

개인적으로는 자전거 헬멧 의무화 이전에 우리가 우선적으로 다루고 고민했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올바른 자전거 교육이 그것인데요. 자전거 문화가 활성화된 유럽 등에서는 이미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자전거 수업을 받고 시험을 치기도 합니다. 이미 이때 도로 표지판을 읽는 법이나 기본적인 교통법을 익히게 되죠. 어떻게 하면 좋은 자전거 운전자가 될 수 있는지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것이죠. 우리는 어떤가요?

 

그리고 커서 자동차 면허를 취득할 때가 됐다고 치죠. 그러면 그때는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서 다시 자전거 교육을 받게 됩니다. 어떻게 자전거를 보호하고 서로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지 익히게 됩니다. 이렇듯 자전거를 이용하는 방법, 또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계속해서 배우기 때문에 자동차와 자전거가 서로를 배려하며 운전하는 분위기가 마련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 없이 헬멧 의무화로 넘어가는 것은 효과적 정책이 될 수 없습니다.


유럽과 우리는 다르지 않나요?

가끔 자전거 인프라나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유럽과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냐고 말씀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독일도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자전거 운전자들과 자동차 운전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이를 마치 중재하듯 언론들은 자전거와 자동차를 위한 안전한 도로 이용법 등을 계속해서 보도합니다.

 

의외로 하드웨어 역시 그렇게 큰 차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 거칠게 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갔다가 자동차나 스쿠터보다 훨씬 거친(?) 자전거 운전자들 때문에 짜증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복잡한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자전거와 자동차가 섞여 달리기 일쑤 / 사진=이완

중요한 것은 자전거 이용자 스스로 헬멧 착용이 안전을 위해 좋은 것임을 깨닫고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선택은 본인들 몫인 거죠. 다만 이런 선택을 위한 기본, 즉 어렸을 때부터의 꼼꼼한 교육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물론 성인 라이더들에게도 지속적 홍보가 따라야겠죠.

 

반대로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운전자가 보행자와 자전거 보호에도 함께 힘써야 합니다. 이 역시 제대로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말이죠. 바로 이 두 영역이 서로 제대로 맞물려 돌아갈 때 안전한 도로 환경, 쾌적한 도로 환경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여론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시행된 헬멧 의무화는 자동차 안전띠와는 다른, 접근법 그 자체의 문제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여러 쓴소리 탓인지 국회에서 의무가 아닌 ‘착용을 노력한다’는 쪽으로 재개정안을 마련한 상태입니다. 이왕 좀 시끄럽게 된 거, 이 기회를 통해 올바른 자전거 이용법, 안전한 자전거 이용법, 그리고 자동차들의 자전거 보호를 위한 교육 시스템까지 함께 마련하는 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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